⚖️ 법률정보2026. 10. 26.
결혼 생활 내내 생활비를 제가 더 많이 냈습니다 — 이혼할 때 그 차액을 따로 돌려받을 수 있나요
홍우원 변호사
"월급은 제가 더 많이 벌었고, 관리비·장보기·아이 학원비도 거의 제 카드로 나갔어요. 그동안 제가 더 낸 만큼은 이혼할 때 돌려받을 수 있는 거죠?"
카드 명세서를 몇 년 치 모아 오시면서 이렇게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혼인 중에 생활비로 쓴 돈을 하나하나 계산해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정리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 생활비는 원래 '같이 부담하는' 돈입니다
민법 제833조는 부부의 공동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특별한 약정이 없으면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동으로'는 반드시 반반씩이라는 뜻이 아니라, 각자의 소득과 형편, 가사·육아 분담 등을 고려해 함께 꾸려 간다는 의미로 이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쪽이 생활비를 더 냈다는 사실만으로 상대에게 '갚아야 할 돈'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그 돈은 이미 가족의 생활을 위해 쓰여 사라진 것이고, 법은 이를 부부 사이에 빌려주고 빌린 관계로 보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 대신 재산분할에서 '기여'로 반영될 수 있습니다
차액을 따로 청구하기는 어려워도, 더 많이 부담했다는 사정이 아예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은 가정법원이 재산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할 때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와 기타 사정을 참작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생활비 부담 정도는 남아 있는 재산을 나누는 비율을 정할 때 고려 요소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법원은 돈을 얼마나 냈는지만 보지 않고, 상대방이 가사와 육아를 얼마나 맡았는지, 혼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함께 봅니다. 그래서 '생활비를 더 냈으니 그만큼 더 받는다'는 식의 단순 계산으로 결론이 나지는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 따로 다퉈 볼 여지가 있는 경우
아래처럼 성격이 다른 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생활비가 아니라 배우자가 결혼 전에 진 개인 빚을 대신 갚아 준 경우
- 배우자의 개인 사업이나 투자에 쓰라고 목돈을 건넨 경우
- '빌려준다'는 점이 메시지나 차용증 등으로 분명히 남아 있는 경우
이런 돈은 공동생활비와 성격이 달라, 재산분할에서 별도 사정으로 주장하거나 경우에 따라 따로 반환을 다퉈 볼 여지가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보일지는 돈이 오간 경위와 남아 있는 자료에 따라 달라집니다.
■ 별거 이후의 생활비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미 따로 살게 된 뒤에 상대가 생활비를 전혀 보태지 않았다면, 이는 혼인 중 생활비 분담과는 별개로 부양료 청구의 문제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생활비'라는 말이어도 시기에 따라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기억해 두시면 좋습니다.
■ 지금 정리해 둘 자료
카드 명세서를 전부 출력하기보다는, 혼인 기간 동안 각자의 소득 흐름, 생활비가 주로 나간 계좌, 그리고 생활비가 아닌 목돈이 오간 내역을 구분해 두는 편이 실제로 쓸모가 있습니다. 재산분할에서 기여를 설명할 때도 이런 큰 흐름이 더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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