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단계 · 고민하고 준비하기

국제결혼한 외국인 배우자가 집을 나갔다면 — 혼인무효와 이혼 중 무엇으로, 연락이 끊겼을 때 정리하는 법

글 · 홍우원 변호사 · 법무법인 에스엔케이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온 배우자가 어느 날 짐을 챙겨 나간 뒤 연락이 닿지 않으면, 많은 분이 "처음부터 결혼할 생각이 없었던 것 아니냐"며 혼인무효를 먼저 떠올립니다. 기록에 이혼이 남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큽니다.

하지만 집을 나갔다는 사실만으로 혼인이 처음부터 무효였다고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혼인무효와 이혼은 요건도, 증명해야 할 것도, 가족관계등록부에 남는 결과도 다릅니다. 아래는 외국인 배우자가 집을 나간 상황에서 어떤 길이 있는지,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일반 정보입니다.

먼저 확인할 것 — 가출인가, 피신인가

배우자가 집을 나간 이유가 무엇인지에 따라 이후의 판단이 달라집니다. 폭언·폭력이나 생활비 차단을 피해 나간 것이라면, 그 배우자에게는 집을 떠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 설명 없이 나가 다른 곳에서 일하며 연락을 끊었다면 동거·부양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볼 여지가 커집니다.

외국인 배우자 쪽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폭력을 피해 나온 경우 피해 사실을 보여 줄 자료(진료 기록, 신고 기록, 메시지)를 챙기고 보호시설이나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으세요. 이혼 뒤 체류자격 문제는 "국제결혼 이혼과 외국인 배우자 체류자격" 가이드에서 따로 다룹니다.

혼인무효 — 혼인의 합의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보여야 합니다

혼인무효는 혼인신고 당시 두 사람 사이에 진정으로 부부가 되려는 합의가 없었던 경우에 인정됩니다. 체류자격이나 국내 취업만을 목적으로 겉으로만 혼인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문제는 증명입니다. 입국 직후 곧바로 사라졌고 함께 산 기간이 거의 없다면 합의가 없었다는 사정으로 볼 여지가 있지만, 몇 달이라도 함께 살며 생활했다면 법원은 처음에는 혼인할 뜻이 있었고 그 뒤에 관계가 깨졌다고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혼 후 다투다가 나간 것이라면 혼인무효보다는 이혼의 문제로 다뤄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실무에서는 혼인무효를 먼저 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혼을 구하는 방식으로 함께 청구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입국 후 함께 산 기간, 생활의 모습, 나가기 전후의 연락 내용 같은 사정으로 판단됩니다.

이혼 — 악의의 유기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사유

정당한 이유 없이 집을 나가 부부의 동거·부양·협조 의무를 저버렸다면 민법 제840조 제2호의 "악의의 유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연락 두절이 길어지고 혼인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면 제840조 제6호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도 함께 주장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정한 제840조 제5호는 살아 있는지 자체를 알 수 없을 때의 사유입니다. 국내 어딘가에서 일하고 있다거나 본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이 있다면 생사불명이 아니라 연락이 안 되는 것이므로, 대개 제2호나 제6호로 다투게 됩니다.

연락이 안 되는 배우자에게 소장을 보내는 방법

협의이혼은 두 사람이 함께 의사를 확인받아야 하므로, 연락이 끊긴 배우자와는 사실상 소송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소송에서는 소장을 상대방에게 송달하는 방법이 먼저 정리되어야 합니다.

배우자가 국내에 있지만 주소를 알 수 없다면, 주소를 찾으려는 조치를 거친 뒤 공시송달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확인되면 외국으로 서류를 보내는 국외송달 절차를 거치게 되고, 번역문 준비 등으로 시간이 더 걸립니다. 두 절차는 "배우자가 잠적했을 때 이혼 소송"과 "배우자가 외국에 있을 때 이혼 소송" 가이드에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혼인 생활을 한국에서 했고 소송을 내는 배우자가 한국에 산다면 한국 가정법원에 소를 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만 상대방 국적과 거주지에 따라 관할과 적용 법이 문제될 수 있으므로, 소장을 내기 전에 관할 가정법원이나 상담을 통해 확인해 두세요.

결과가 어떻게 다르게 남나

혼인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가족관계등록부의 혼인 기록을 정정하는 절차를 밟게 됩니다. 이혼 판결이 확정되면 이혼 신고를 하고, 등록부에는 혼인과 이혼이 모두 기록됩니다. 다만 일반 증명서에는 현재의 신분 관계 위주로 나타나므로, 어떤 증명서에 무엇이 나오는지는 "이혼하면 기록이 어디에 남나" 가이드를 참고하세요.

혼인무효가 인정되고 상대방에게 책임이 있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을 함께 청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혼중개업체에 낸 비용은 업체와의 계약 문제이므로 계약서와 약관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지금 남겨 둘 기록

배우자가 나간 날짜, 가져간 물건, 마지막 연락 내용, 그 뒤 연락을 시도한 기록을 날짜순으로 정리해 두세요. 경찰에 가출인 신고를 했다면 그 접수 사실도 자료가 됩니다. 배우자의 체류 상황은 관할 출입국·외국인관서에 문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니, 혼인 관계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함께 확인해 두세요.

혼인무효를 주장하려면 입국 전후 대화 내용, 함께 산 기간과 생활 모습, 송금 내역처럼 처음부터 혼인할 뜻이 없었는지를 보여 줄 수 있는 자료가 중요합니다. 증거를 모을 때는 상대방 휴대폰을 몰래 열어 보는 등 위법한 방법은 피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Q. 외국인 아내가 결혼 몇 달 만에 집을 나갔습니다. 혼인무효가 되나요?

집을 나간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혼인신고 당시부터 부부가 될 합의가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함께 산 기간이 있고 생활의 모습이 있었다면 이혼으로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 혼인무효와 이혼을 함께 청구하는 방식을 검토합니다.

Q. 연락이 아예 안 되는데 이혼할 수 있나요?

협의이혼은 어렵지만 재판상 이혼은 가능합니다. 주소를 모르면 주소를 찾으려는 조치를 거친 뒤 공시송달로, 본국으로 돌아갔다면 국외송달로 소송을 진행합니다.

Q. 3년을 기다려야 이혼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3년은 배우자의 생사가 분명하지 않을 때의 사유(민법 제840조 제5호)입니다. 살아 있는데 연락만 끊긴 경우라면 악의의 유기(제2호)나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제6호)로 3년을 기다리지 않고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혼인무효가 되면 기록에서 결혼 사실이 지워지나요?

혼인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그 판결로 가족관계등록부의 혼인 기록을 정정하는 절차를 밟습니다. 이혼은 혼인과 이혼이 함께 기록된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내 이야기는 조금 다를 수 있어요

글은 일반적인 경우를 정리한 것이에요. 내 사정에서는 무엇이 쟁점이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이야기를 듣고 같이 정리해 드릴게요.

본 내용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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