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거합의서 — 무엇을 정할 수 있고, 어디까지 효력이 있나
바로 이혼하지는 않되 따로 살기로 정하면서 조건을 문서로 남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문서를 흔히 별거합의서라고 부릅니다.
아래는 별거합의서에 주로 담기는 내용과 그 효력에 대한 일반 정보입니다. 항목마다 효력의 성격이 달라서, 하나의 문서라도 부분에 따라 다르게 다루어집니다.
별거 자체는 합의로 정할 수 있나
부부에게는 함께 살 의무가 있지만,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따로 사는 것이 곧바로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두 사람이 합의해 따로 사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 합의가 남아 있으면 나중에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가출했다고 주장하기 어려워집니다. 반대로 아무 합의 없이 집을 나온 쪽은 상황에 따라 동거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평가될 여지가 생깁니다.
다만 합의로 정한 별거라고 해서 혼인관계가 정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부부로서의 의무는 그대로 남고, 상속이나 세금 관계도 혼인 중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생활비 — 가장 자주 들어가는 항목
별거 중에도 부부는 서로 부양할 의무를 집니다. 그래서 매달 얼마를 지급할지 정해 두는 항목이 별거합의서의 핵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금액뿐 아니라 지급일, 지급 계좌, 어떤 비용이 이 금액에 포함되는지(주거비·보험료·학원비 등)를 함께 적어 두는 편이 뒤의 다툼을 줄입니다.
합의가 있어도 상대방이 지급하지 않으면 그 문서만으로 곧바로 강제집행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 부분을 공정증서로 작성해 두면 별도의 재판 없이 집행할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합의가 없거나 지켜지지 않으면 법원에 부양료를 청구하는 절차가 따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때 별거합의서에 적힌 금액은 판단의 자료로 쓰입니다.
자녀에 관한 부분 — 합의만으로 확정되지 않는 영역
별거 기간에 누가 자녀를 데리고 있을지, 상대방이 언제 만날지를 정해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생활을 정리하는 데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자녀에 관한 사항은 부모의 합의만으로 최종 확정되지 않습니다. 이혼 단계에서 법원은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하고, 합의 내용과 다르게 정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별거 기간의 실제 양육 상태는 이후 양육자 지정에서 비중 있게 고려되는 사정입니다. 어느 쪽이 주된 양육을 해 왔고 자녀가 어떤 환경에 적응해 있는지가 함께 평가됩니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 자체를 두고 다투는 경우가 많으므로, 자녀의 거처를 어떻게 할지는 별거를 시작하기 전에 정해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재산에 관한 조항은 신중하게
별거하면서 재산 분배까지 미리 정해 두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다른 항목과 성격이 달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혼을 전제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산분할을 미리 정하는 약정은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이혼이 성립하지 않으면 전제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이미 형성된 재산을 어떻게 관리할지, 누가 어떤 대출을 부담할지처럼 현재의 상태를 정리하는 조항은 상대적으로 다툼이 적습니다.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이 별거 시점으로 다루어지는 경우가 있어, 별거를 시작한 날과 그 시점의 재산 상태를 남겨 두는 것이 나중에 도움이 됩니다.
작성할 때 실제로 문제되는 지점
기간을 정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기간 없이 작성하면 언제까지 유효한 합의인지가 불분명해지고, 사정이 달라졌을 때 다시 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
한쪽에게 지나치게 불리한 조항,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도 이혼을 청구하지 않겠다거나 위자료를 일절 청구하지 않겠다는 식의 조항은 효력이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서명과 날짜, 인적사항을 갖추고 각자 원본을 보관합니다. 생활비처럼 실제 이행이 필요한 항목은 이체 내역이 남는 방식으로 지급하는 편이 확인에 유리합니다.
별거가 길어지면 그 자체가 혼인 파탄의 자료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관계를 회복할 생각이 있다면 별거의 목적과 기간을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낫고, 정리할 생각이라면 별거 기간 중의 기록을 남겨 두는 편이 낫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별거합의서를 쓰면 이혼이 쉬워지나요?
문서 자체가 이혼 사유가 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별거의 경위와 기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되어 이후 판단에 쓰입니다.
Q. 생활비를 안 주면 바로 압류할 수 있나요?
일반 합의서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공정증서로 작성해 두었다면 별도의 재판 없이 집행할 수 있는 형태가 됩니다.
Q. 자녀 양육을 합의로 정해 두면 그대로 확정되나요?
자녀에 관한 사항은 이혼 단계에서 자녀의 복리를 기준으로 다시 판단됩니다. 다만 실제 양육 상태는 중요한 사정으로 고려됩니다.
Q. 별거를 하면 악의의 유기가 되나요?
합의에 따른 별거라면 일방적으로 가정을 버린 것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합의 없이 나가 부양을 끊은 경우와는 구분됩니다.